오랜만에 “다음 장이 궁금해서 잠을 못 잔” 소설을 만났습니다. 장용민 작가의 궁극의 아이입니다. 평소 추리·스릴러를 즐겨 읽는 편인데, 그중에서도 “설정 하나로 끝까지 끌고 가는 힘"이 유독 강한 작품이라 꼭 추천하고 싶었습니다.
가장 좋았던 건, 흔한 초능력물처럼 보이는 한 줄 소개 뒤에 생각보다 훨씬 단단한 구성과 정서가 숨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아래는 스포일러를 최대한 걷어낸 추천 글입니다.
어떤 소설인가 — 스포 없는 최소 소개
궁극의 아이는 영화 시나리오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 소설 「운명계산시계」 등으로 알려진 장용민 작가의 미스터리 스릴러입니다. 2011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으로, 2013년 출간 이후 꾸준히 회자돼 왔습니다.
이야기는 한 거물의 암살 사건에서 출발합니다. 그런데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인물이 이미 10년 전에 죽은 사람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평범한 수사물의 틀을 벗어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미래를 ‘아는’ 한 존재가 있습니다.
핵심은 추격과 두뇌 싸움입니다. FBI 수사물의 긴장감 위에, 실제 역사적 사건과 거대한 음모가 겹겹이 쌓이며 이야기가 굴러갑니다.
가장 큰 강점 — ‘본다’가 아니라 ‘기억한다’는 설정
이 소설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미래를 “보는” 게 아니라 “기억하는” 주인공의 능력입니다.
예지력은 익숙한 소재죠. 하지만 “이미 겪은 일처럼 미래를 기억한다"는 한 끗 차이의 설정이 이야기 전체의 결을 바꿔 놓습니다. 미래가 ‘예언’이 아니라 ‘기억’이 되는 순간, 운명을 바꿀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 훨씬 더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단순한 능력 자랑이 아니라, 그 능력을 가진 사람의 고통과 선택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강점 2 — 시나리오 작가 출신다운 ‘영화적 구성’
작가가 영화 시나리오로 출발한 사람이라는 게 읽는 내내 느껴집니다.
장면 전환이 빠르고, 묘사가 시각적입니다. 머릿속에 화면이 그려지듯 읽히는 구간이 많아서, 페이지가 정말 잘 넘어갑니다. 무엇보다 반전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이게 끝인가” 싶을 때 한 겹이 더 벗겨지는 구성이라, 중반 이후로는 책을 내려놓기가 어려웠습니다.
실제 역사·사건을 상상력으로 엮는 솜씨도 좋습니다. 큰 줄기의 음모가 허무맹랑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익숙한 사실들 사이에 픽션을 촘촘히 끼워 넣습니다.
강점 3 — 스릴러인데, 마지막에 ‘사랑’이 남는다
의외였던 부분입니다. 빠른 전개와 반전에 집중하다 보면 정서가 얇아지기 쉬운데, 이 소설은 마지막 장을 덮을 때 감정적인 여운이 남습니다.
스릴러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결국 이야기가 향하는 곳은 한 사람의 선택과 사랑입니다. “재미있게 읽었다"를 넘어 “기억에 남았다"고 말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아쉬운 점 — 호불호가 갈릴 지점
물론 모두에게 맞는 작품은 아닙니다.
- 스케일이 큰 음모론 설정이라, 현실적이고 담백한 추리를 선호하는 분에겐 다소 과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 후반으로 갈수록 벌여 놓은 떡밥이 빠르게 수습되는 인상이 있어, 천천히 음미하는 전개를 좋아한다면 호흡이 가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 설정이 큰 만큼, 세계관에 처음 올라타는 초반부는 약간의 인내가 필요합니다. 다만 한 번 몰입되면 그 뒤는 순식간입니다.
누구에게 추천하나
- 추천: 반전과 빠른 전개를 좋아하는 사람, “본다"가 아닌 “기억한다"는 신선한 설정에 끌리는 사람, 번역체가 아닌 한국 작가의 잘 빠진 스릴러를 찾는 사람.
- 비추천: 잔잔한 순문학이나, 트릭 하나에 집중하는 정통 본격 추리만을 원하는 사람.
지금이 입문하기 좋은 타이밍
반가운 소식이 있습니다. 궁극의 아이는 11년 만에 3부작 시리즈로 확장됐습니다. 2024년에 개정판 1부와 2부 「궁극의 아이 — 넥스트 차일드」가 함께 나왔고, 완결편인 3부 「창조자들」이 2026년 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즉, 지금 1부를 펼치면 완결을 향해 가는 시리즈를 거의 처음부터 따라갈 수 있습니다. 한 권으로 충분히 완성된 재미를 주면서, 더 큰 이야기로 이어진다는 점이 입문 부담을 덜어줍니다.
평점 정리
| 항목 | 점수 | 한 줄 근거 |
|---|---|---|
| 설정·독창성 | 9/10 | ‘미래를 기억한다’는 한 끗 차이가 이야기를 바꿈 |
| 구성·전개 | 9/10 | 반전이 한 번에 끝나지 않는 쫀득한 플롯 |
| 묘사·가독성 | 8/10 | 시나리오 작가 출신다운 영화적 장면 |
| 정서·여운 | 8/10 | 스릴러인데 마지막에 사랑이 남음 |
| 재독 의향 | 8/10 | 반전을 알고 다시 봐도 복선이 보임 |
저는 “재미있는 한국 스릴러 없냐"는 질문을 받으면 이제 이 책을 가장 먼저 꺼낼 것 같습니다. 혹시 이미 읽으셨다면, 가장 소름 돋았던 반전이 어디였는지 댓글로 남겨주세요. 다음 추천 글의 길잡이로 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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