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입고 현황 한 장으로 정리해줄래요?” 이 한 마디에 SAP 화면 여러 개를 오가며 엑셀을 갈아 쓴 적, 있으시죠. 저도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같은 일을 반복하다가, 결국 AI 도구로 SCM 자동화 대시보드를 직접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 글은 개발자가 아닌 구매 실무자가, AI 어시스턴트에게 설계를 맡겨 만든 사내 SCM 대시보드 구축기 1편입니다. 첫 편은 큰 그림 — 데이터가 어디서 어디로 흐르고, 무엇이 어떻게 화면에 뜨는지 — 만 다룹니다.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

✅ 왜 엑셀과 SAP만으로는 한계가 오는지

✅ SAP → DB → 대시보드로 이어지는 SCM 자동화의 전체 구조

✅ AI 도구가 구축 단계에서 실제로 한 일과, 사람이 책임진 일

✅ 비개발 실무자가 다음 편에서 따라할 준비물

왜 또 자동화인가 — 흩어진 6개 업무의 비극

왜 또 자동화인가 — 흩어진 6개 업무의 비극

구매·자재팀이 매주 들여다보는 일은 생각보다 잘게 쪼개져 있습니다. 매입이력, 예상매입, 수요·결품·입고일정, 예상재고, MC현황, KPI — 이 여섯 갈래가 각자 다른 SAP 화면과 다른 엑셀 파일에 흩어져 있었죠. 화면마다 컬럼 이름도, 단위도, 날짜 형식도 제각각입니다.

작년 한 해 동안 가장 자주 받은 “급한 자료 요청"은 거의 똑같은 패턴이었습니다.

  • 임원: “어제 입고 예정이던 발주 중 몇 건이 지연됐죠?”
  • 영업: “이 자재 재고 며칠치 남아요?”
  • 회계: “이번 달 매입 금액 사업장별로 쪼개주세요”

매번 SAP에서 내려받고 → 엑셀에서 VLOOKUP → 피벗 → 메일. 한 건당 수십 분, 일주일이면 단순 취합에만 여러 시간이 녹습니다. 100m 달리기로 치면 90m 지점에서 매일 다시 출발선으로 돌아가는 셈이에요.

💡 핵심: SCM 자동화는 “AI가 멋있어서"가 아니라, 반복 취합에 빼앗기는 시간을 되찾기 위한 선택입니다.

큰 그림 — SAP에서 대시보드까지 데이터가 흐르는 길

큰 그림 — SAP에서 대시보드까지 데이터가 흐르는 길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습니다. 이 시스템은 3단계 파이프라인으로 끝납니다.

단계역할사용 도구
1. 추출SAP에서 원본 데이터 꺼내기자동 추출 스크립트 + 스케줄러
2. 저장정제 후 데이터베이스에 적재PostgreSQL
3. 표현차트·필터로 보여주기파이썬 웹 대시보드

비유하자면 식당의 식자재 흐름과 똑같습니다. SAP는 산지 농장(원물), DB는 냉장 창고(보관), 대시보드는 손님 앞 접시(완성품). 손님(임원)은 농장까지 갈 필요 없이 접시만 보면 되는 구조죠.

저는 처음에 욕심을 부려 “실시간 연동"을 시도했다가 SAP 권한 문제로 시간을 날렸습니다. 결국 하루에 한 번, 정해진 시간에 자동 추출하는 일 배치 방식으로 타협했고, 실무에서는 이 정도면 충분히 “어제까지 정확한” 그림이 된다는 걸 배웠어요.

💡 핵심: 추출 → 저장 → 표현, 3단계만 머리에 그리면 나머지는 디테일입니다.

구성요소 하나씩 뜯어보기

구성요소 하나씩 뜯어보기

각 단계가 실제로 무엇으로 구성되는지, 비개발자 눈높이로 풀어볼게요. (아래 규모는 2026년 상반기 기준입니다.)

  1. 추출 — 자동 스크립트 + 스케줄러
  • SAP에서 재고·발주잔량·일별 수요·매입이력·자재마스터 등 5종 데이터를 자동으로 끌어옵니다.
  • 사람이 GUI를 클릭하던 일을 스크립트가 대신하고, 사내 서버에서 매일 정해진 시간에 자동 실행됩니다.
  • 일별 수요 데이터만 누적 수십만 건 규모라, 손으로는 애초에 다룰 수 없는 양입니다.
  1. 저장 — PostgreSQL 한 대
  • 무료 오픈소스 DB. 사내 서버 한 대로 충분합니다.
  • 자재마스터 6천여 종, 거래처 200곳 이상, 17개월치 매입이력 3만여 건을 담습니다.
  • 테이블·뷰 합쳐 40여 개. AI가 테이블 설계도(스키마)부터 집계 뷰까지 짜줬습니다.
  1. 표현 — 파이썬 웹 대시보드
  • 사내망에서만 열리는 페이지 (보안팀 OK).
  • 필터: 사업장 / 자재그룹 / 기간 / 담당 / 거래처
  • 앞서 흩어져 있던 여섯 업무(매입이력·예상매입·수요·재고·MC현황·KPI)를 화면 하나로 통합했습니다.

💡 핵심: 거창한 인프라 없이 서버 한 대 + 오픈소스 DB + 웹 화면 하나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AI 도구가 실제로 한 일 — 그리고 사람이 한 일

AI 도구가 실제로 한 일 — 그리고 사람이 한 일

“이걸 너가 했다고?“라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AI가 코드 대부분을 작성하고, 사람은 방향과 검증을 책임지는 분담이었습니다.

실제로 이 대시보드는 Python 약 4만 줄, 핵심 앱 한 파일이 1만 줄·화면 경로 100개 이상으로 자라 있습니다. 비개발 실무자가 직접 타이핑했다면 불가능했을 양이죠.

AI(Claude)가 한 일:

  • SAP 컬럼명을 보고 DB 테이블 스키마와 집계 뷰 자동 설계
  • 추출 CSV → DB 적재 스크립트 작성
  • 대시보드 차트·필터·매입 매트릭스(자재×월 히트맵) 코드 생성
  • 에러가 나면 “이 줄에서 NULL 처리가 빠졌어요” 식의 디버깅 코칭

사람(실무자)이 한 일:

  • 무엇을 보여줄지 결정 (이게 핵심 비중)
  • 현업 요구사항 정리 — 가장 자주 받는 자료 요청부터 역산
  • 데이터 검증 — AI가 만든 합계가 SAP 원본과 맞는지 대조
  • 보안팀·IT팀과 권한·네트워크 협의

처음엔 “AI가 다 해주겠지” 싶었는데, 데이터의 의미를 아는 사람이 옆에 없으면 AI는 그럴듯한 헛소리를 만들기 쉽습니다. 한 번은 AI가 만든 매입 금액 합계가 원본과 어긋났는데, 알고 보니 취소된 발주를 빼지 않아서 생긴 차이였어요. 그래서 지금은 매입 데이터의 출처를 단 하나의 검증된 뷰로 일원화해, 유령 데이터가 합계에 섞이지 않게 막아뒀습니다. 도메인 지식 없으면 못 잡는 함정입니다.

💡 핵심: AI는 손이고, 머리는 여전히 실무자 본인입니다.

1편을 마치며 — 다음 편 예고

1편을 마치며 — 다음 편 예고

첫 편은 일부러 코드와 설치 이야기를 뺐습니다. 도구보다 데이터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머리에 그려두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서요.

오늘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SAP 화면을 들락거리는 반복 취합은 주당 여러 시간을 잡아먹는다
  • 해법은 거창하지 않다 — 추출 → 저장 → 표현 3단계 SCM 자동화 파이프라인
  • 서버 한 대, 오픈소스 DB, 웹 화면 하나면 자동화 가능하다
  • AI는 코드를 짜고, 사람은 의미를 정의한다

다음 편 예고:

  • 2편: SAP에서 안전하게 데이터 꺼내기 — 자동 추출 스크립트 설계와 스케줄링 함정
  • 3편: PostgreSQL 테이블 설계 — AI에게 스키마를 그리게 하는 프롬프트 공개
  • 4편: 대시보드 화면 구성 — 임원이 3초 만에 이해하는 카드 배치의 법칙
  • 5편: 운영 회고 — 무엇이 살아남고 무엇이 버려졌나

혹시 사내에서 비슷한 SCM 자동화 대시보드를 구상 중이라면, 가장 자주 받는 자료 요청 3개부터 메모해두세요. 그게 다음 편에서 다룰 POC 업무 선정의 출발점이 됩니다.

Disclaimer

이미지 출처: rsupport.com, digitalapplied.com, n8n.io, wenvidia.com, youtube.com